군(軍) 내 성폭력에 면죄부..."명백한 성폭력이자 성소수자 혐오범죄" 비난몰려
군(軍) 내 성폭력에 면죄부..."명백한 성폭력이자 성소수자 혐오범죄" 비난몰려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23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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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간부 성폭력 사건 2심 무죄 판결
- "성범죄자에게 끊임없이 면죄부 준다"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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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러브즈뷰티 이은지 기자] 최근 부하 여군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해군 장교 2명에게 2심 재판부가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군인권센터와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30여 개의 단체들이 성명서를 내고 비판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9일 해군 A모 소령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소령과 여군 B대위 사이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되지만, 폭행이나 협박 등의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소령은 B대위가 중위로 근무하던 2010년 9월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관의 지위와 B대위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B대위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중절 수술까지 한 뒤 부대로 복귀했다. 이후 같은 함정에 근무하던 C대령(당시 중령)도 B 대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그러나 고등군사법원은 지난 8일 C대령에 대한 항소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군인권센터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고등군사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판결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법원이 1심에서 10년 형이었던 성폭력 가해자에게 무죄를 또 선고했다"면서 "이로써 한 함정에서 두 명의 상사가 연달아 했던 성폭력에 대해 고등군사법원이 둘 다 무죄를 내렸다"고 지적했다.

군인권센터는 "군사법원은 이번에도 성범죄자의 방패가 되어 피해자의 존엄을 짓밟고 가해자를 엄호하였다"면서 "군내 성폭력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성범죄자에게 끊임없이 면죄부를 주는 군사법원을 폐지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1일 성명서에서 "2심 판결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의 상황이) 저항하기 불가능한 정도라고 볼 수 없다', '사건이 오래되어 피해자의 진술을 증거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무죄 판결의 이유를 들었는데, 이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인 '폭행 및 협박'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으며, 성폭력 범죄의 유일한 증거가 피해자의 증언이라는 특성에 대해서도 몰이해로 일관하고 있어 매우 문제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서, "해당 사건은 피해자가 남성중심적인 군대에서 함정이라는 고립된 공간의 유일한 여성군인이었다는 특성으로 인해 피해자가 고립감을 느끼기 충분한 상황이었다는 점, 해군소령과 중령 - 해군 중위라는 명백한 권력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 자신의 직장과 신념을 지키기 위해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상황이라는 점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결하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B소령은 피해자가 여성 성소수자라는 점을 빌미로 "남자 맛을 알게 해주겠다"며 성폭력을 행사했다. 피해자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문제삼아 이성애자로 '교정'하겠다는 빌미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형적인 혐오범죄의 유형이며, 이는 명백한 성소수자 혐오에 기반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더욱 엄중히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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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4월 군 성범죄 피신고 접수 현황. (일러스트=연합뉴스)

그동안 군대 내 성폭력 문제는 오랜 기간 지적되어왔다. '2015~2017년 형사공판 사건 성범죄 처리 현황'에 따르면, 2015~17년까지 보통군사법원에서 성범죄로 재판을 받은 군인은 1729명에 달했다.

하지만 징역형 선고는 11.57%(148건)에 그치는 등 처벌이 미미한 상황이다. 남성중심적인 군대 조직 문화 속에서 성폭력 피해사실을 알리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을 감안한다면 위 통계처럼 드러난 사건에 대한 처벌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해당 사건이 1심 징역 10년, 징역 8년의 유죄가 선고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2심 재판부의 무죄판결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판결로 A중위는 물론 여성들과 소수자들이 깊은 분노와 좌절을 느끼고 있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어떻게 판결할지 이후에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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