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입법 특집] ① 정부 농락한 '불법 영상물 카르텔'...양진호와 함께 뿌리 뽑아야
[미투 입법 특집] ① 정부 농락한 '불법 영상물 카르텔'...양진호와 함께 뿌리 뽑아야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08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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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촬영물 유포부터 삭제까지...'카르텔 형성'
- "웹하드 내 사이버 성폭력은 '필터링'으로 끝낼 수 있다"
- 정부가 불법영상 차단하려 나서자, 필터링 기술있다며 과거 입장 번복
- '비동의 촬영'과 '비동의 유포' 분리해야
6일 오전 '웹하드 카르텔 규탄-웹하드 카르텔 핵심 인물 긴급 구속하라' 기자회견장 모습. (사진=한국여성단체연합)
지난 6일 오전 '웹하드 카르텔 규탄-웹하드 카르텔 핵심 인물 긴급 구속하라' 기자회견장 모습. (사진=한국여성단체연합)

[러브즈뷰티 이은지 기자] 국내 대표적 웹하드업체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 폭행, 엽기 행각, 불법 영상물 유통, 마약복용 등의 혐의를 받아 긴급 체포됐다. 이에 따라, 디지털 성폭력의 온상으로 지적받아 온 웹하드 업체에 대한 법적 통제와 규제의 필요성에 그 어느 때보다 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불법 영상물은 온라인 공간에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반복적으로 유포된다. 많은 피해자들이 유포 협박과 장기적인 피해에 시달리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불법 영상물을 거래할 수 있는 거대한 유통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이 시장 자체를 제재하는 사전적인 조치 없이는 다른 대책들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난 7월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청원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청와대 국민 청원)
지난 7월 '웹하드 카르텔과 디지털성범죄 산업에 대해 특별 수사를 요구한다'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20만 명 이상이 동의해 민갑룡 경찰청장이 청원에 대해 브리핑했다. (사진=청와대 국민 청원)

웹하드-필터링 업체-디지털장의사까지 유착...'불법 카르텔'형성

'위디스크'와 같은 웹하드 업체들은 불법 영상물을 유통시키면서 엄청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양진호 회장이 국내 웹하드 업체 1·2위 격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운영하면서 1000억 원대 부를 축적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왜곡된 카르텔 구조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각종 영상물 등 자료 유통 플랫폼인 웹하드 업체와 방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헤비 업로더(heavy uploader), 불법자료를 거르고 삭제하는 필터링 업체와 디지털장의업체 등이 한통속이 돼 음란물을 비롯한 불법 영상자료를 조직적으로 담합해 유통하고 삭제하는 것을 일컫는다.

경찰은 양 회장이 불법 영상물 등을 광범위하게 유통하고, 이로 인해 피해를 본 사람들이 돈을 내면 디지털장의업체를 이용해 삭제해주는 것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웹하드 업체들은 성범죄 영상물의 유통을 묵인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저작권이 없는 음란물과 성범죄 동영상 등을 다수 올리는 '헤비 업로더'들에게 돈을 주며 사실상 그들을 '고용'해 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필터링만으로 사이버 성폭력 방지 가능...제대로 검열하지 않으며 사실상 정부 농락"

불법 영상물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저작물, 청소년 유해 매체물, 음란물을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미투운동, 법을 바꾸다' 토론회에서 김여진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사업팀장은 "유통업자, 삭제업체, 헤비 업로더가 유착되어 있는 '웹하드 카르텔'이 드러난 지금, 디지털성폭력 피해 촬영물 유통에 있어서는 법이 유통업자를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실태임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김여진 사업팀장은 "웹하드 내 사이버 성폭력은 필터링으로 끝낼 수 있다"며 "웹하드와 필터링 업체가 사실상 정부를 농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필터링이란 저작권이 있는 컨텐츠나 음란 정보 등의 불법 전송을 차단하고, 컨텐츠를 선별, 검수하는 기술적 조치를 말한다. 2012년도부터 시행된 '웹하드 등록제'에 따라, 국내에서 웹하드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의무적으로 필터링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며 필터링을 해야 하지만, 필터링 업체가 웹하드 검열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작년 6월경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에서 웹하드에서 피해촬영물이 얼마나 검색되는지 전수조사를 한 결과, 케이디스크에는 ‘국노’ 2만8584건, ‘국NO’ 5949건, ‘국산’ 2만9104건, ‘몰카’ 850건, ‘골뱅이’ 585건으로, 피해 촬영물임을 암시하는 게시물이 총 6만5072개 업로드 되어 있었다. 위디스크에서는 ‘국노’ 2416건, ‘국NO’ 992건, ‘국산’ 1026건, ‘몰카’ 166건, ‘골뱅이’ 40건이 검색됐다.
 

(사진=연합뉴스)
불법 영상물 유포의 온상이 되고 있는 국내 대표적 웹하드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실소유주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같은 해 8월 동일한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번에는 케이디스크에서 ‘국노’ 0건, ‘국NO’ 0건, ‘국산’ 31,469건, ‘몰카’ 26건, ‘골뱅이’ 694건, 위디스크에서 ‘국노’ 23건, ‘국NO’ 8건, ‘국산’ 218건, ‘몰카’ 26건, ‘골뱅이’ 49건이 검색됐다. 두 달 사이에 정부의 대책 발표와 함께 감시의 강도가 강해지고 규제의 기미가 보이자, 피해 촬영물의 수를 조절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 팀장은 "필터링 업체와 웹하드는 이미 4,5년 전부터 완벽한 필터링이 가능한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필터링 업체와 계약만 하고 실제 필터링은 적용하지 않는 등 웹하드 업체는 다양한 방법으로 필터링을 피해왔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웹하드 모니터링시 불법행위의 증거를 수집할 때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실행하면 음란물이 제대로 필터링 된 화면이 나오고, 이 프로그램을 종료하고 다시 검색하면 피해촬영물과 음란물이 걸러지지 않은 페이지가 나타난다“며 고발했다. 일부는 이중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이다.

정부 직접 개입에 "필터링 기술 있다"며 말바꾼 웹하드 업체

2017년 9월 26일 정부가 발표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지능정보 기술을 활용하여 불법영상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기술을 개발할 예정이었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2억 원의 예산을 집행하여 불법영상물을 편집 또는 변형하여 유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DNA필터링 기술’을 개발해 플랫폼에 적용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 사업은 입찰을 통해 민간 사업자인 기존 필터링 업체와 계약하여 개발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국가가 직접 불법영상물의 모니터링과 삭제에 개입할 의지를 보이자, 웹하드 관계자들은 ‘왜 이미 존재하는 필터링 기술을 사용하지 않고 추가 기술을 개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국내 사업자의 경우 사실상 지금 있는 기술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니 해외 사업자 규제에 신경 쓰라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김 팀장은 전했다.

이제 와서 웹하드가 자신들의 과거 주장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흥미롭다. 웹하드는 과거에 ‘필터링 기술로 웹하드에 업로드, 다운로드 되는 모든 음란물을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해 왔지만, 이번에 그들이 스스로 밝혔듯 웹하드 피해촬영물은 기존의 기술로 완전히 차단 가능하다.

김 팀장은 "웹하드 수익의 대부분은 피해촬영물을 포함한 음란물의 유통, 판매로 발생하므로, 필터링을 웹하드의 재량에 맡겨 두어서는 안된다"며, 웹하드와 연관된 필터링 업체가 고의적으로 필터링 하지 않거나 필터링을 무력화 하거나 우회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이런 행위들이 발각되었을 경우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정부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본인이 직접 찍은 촬영물도 '범죄'에 포함되어야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성폭력 범죄 특례법 제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현재 디지털 성폭력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는 법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 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다. 하지만 김 팀장은 이 법이 한계가 많다고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 ‘다른 사람의 신체’라는 표현은 본인이 본인의 신체를 찍은 촬영물은 해당 촬영물이 비동의 유포 되어도 처벌받고 있있지 않다. 2)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가질만한 모습'이라는 모호한 기준을 전제로 하고 있다. 3) 기술의 발달로 ‘촬영’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서도 ‘편집’ 혹은 ‘합성’ 등을 통해 이미지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 4) ‘유포’ 역시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본인이 찍은 촬영물의 경우, 유포하는 자가 "본인이 찍은 영상인데 무엇이 문제냐"며 발뺌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예를 들어, A씨의 남자친구는 연애 초기부터 A씨에게 몸매가 드러나는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일이 잦았다. A씨는 남자친구가 자신을 보고싶어 한다는 생각에 별다른 염려를 하지 않고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점점 요구하는 노출 수위가 세졌다. 나중에는 자신이 다른 여자의 몸을 보면서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너도 안 원하지 않냐면서 A씨에게 성기사진을 요구하기도 하였다, 두 사람이 헤어지고 나서, A씨의 가슴과 성기사진은 텀블러와 포르노사이트에 유포되었다.

이처럼 친밀한 관계에서 가해자가 피해경험자에게 성적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보내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에서 인정받는 '피해자다운'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이와 관련하여, 김 팀장은 "'비동의 촬영'과 '비동의 유포'를 분리해서, 촬영과 유포 행위 각각을 법체계 안에서 정교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우리가 '위디스크'에서, '파일노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주고 받은 불법 영상물과 자료들이 늘어날 수록, 피해자들의 고통과 눈물은 더 커지고 더 많아졌다. IT강국 한국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불법 영상물의 어두운 그림자를 이제는 떨쳐내야한다. '양진호 사건'으로 사회적 관심과 공분이 높아진 지금이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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