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들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 쇄신하라"...국감도 지적
여성단체들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 쇄신하라"...국감도 지적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8.11.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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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폭력사범 한 해 5만 명, 피해자 75%가 여성...구속률 1% 미만, 재범률 9%
- 전문가들 "가정폭력은 국가적 책무...적극적으로 보호해야"
- 올해 국감에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등 도마 위..."가정폭력 사건 재발방지 촉구" 한 목소리

[러브즈뷰티 이은지 기자]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정폭력'의 가해자가 한 해 평균 5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정폭력사범의 구속률은 채 1%도 되지 않는다.

이같은 사실에 여성단체들은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의 전면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관련 전문가들도 가정폭력을 가정 내의 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 책무로 인식하고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더했다. 또한 최근 끝난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가정폭력 재발 방지 대책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가정폭력범 한 해 평균 5만 명...구속률 1%에 그쳐

2015년 이후 최근까지 3년 6개월간 경찰에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이 16만 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6월까지 검거된 가정폭력 사범은 총 16만4020명이었다.

2015년 4만7543명, 2016년 5만3511명, 2017년 4만5206명의 가정폭력 사범이 검거돼 한 해 약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6월까지 1만7760명이 검거됐다.

이 중에 구속되는 비율은 채 1%도 되지 않았다. 2015년 602명, 2016년 503명, 2017년 384명이 구속됐고 올해는 6월까지 143명이 구속되는 등 전체 검거자 중 1632명이 구속돼 0.995%의 구속률을 보였다.

피해자를 연령대와 성별로 보면 '20세 초과∼60세 이하 여성' 피해자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피해자 13만9053명 중 10만4802명(75.3%)이 여성이었고, 그 중 9만163명이 20세 초과∼60세 이하 여성이었다.

20세 초과∼60세 이하 남성 피해자가 1만2322명, 60세 초과 여성(8956명), 20세 이하 여성(5683명), 20세 이하 남성(4353명), 60세 초과 남성(3216명)이 그 뒤를 이었다.

가정폭력 재범률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5년 4.1%였던 재범률은 2016년 3.8%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7년 6.1%, 올해 6월까지 8.9%로 다시 늘어났다.

경찰이 올해 6월 기준으로 사전동의를 받고 방문·전화 등으로 관리 중인 가정폭력 재발 우려 가정은 1만960가구였다. 그 중 4319가구가 위험등급인 A등급이었다.

이재정 의원은 "상대적 약자인 여성과 아동에 가정폭력 범죄가 집중되고 있는데, 이를 '집 안의 일'로 치부해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면 폭력의 굴레를 끊기 어렵다"면서 "지역사회와 정부 간 긴밀한 협조체계를 통해 사전예방책과 사회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90개 여성단체가 2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690개 여성단체가 지난달 29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여성단체들,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 쇄신하라"

지난달 29일 여성계는 최근 발생한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수사와 가해자 엄중 처벌, 국가 가정폭력 대응시스템의 전면쇄신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690개 여성단체는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국가의 가정폭력 대응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25년간 가해자가 폭력을 자행하는 동안 여러 차례 경찰 신고가 있었고, 국가는 분명 폭력을 중단시킬 기회가 있었다"며 "폭행과 상해, 스토킹, 살해 협박, 흉기사용, 방화 시도 등 가정폭력범죄 신고에 국가는 무대응, 무능력, 무책임으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기준 가정폭력에 신고에 대한 경찰 검거율은 14%에 못 미치며, 검찰의 기소율은 9.6%, 구속률은 0.8%였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이러한 결과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이 '가정 보호와 유지'를 주된 목적으로, 가정폭력 범죄자를 다른 범죄자와 다르게 형사 처벌 대신 성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생명과 인권을 침해하는 가정폭력범죄를 좌시하는 국가가 가해자"라고 비판했다.

또한 "국가가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안일하게 생각하며 피해자 안전을 위한 조치를 소홀히 하는 사이 가정폭력 재범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국가는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제대로 된 통계부터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전문가들, "가정폭력을 가정 내의 일로만 취급해선 안돼" 

전문가들은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라는 점과 가정 내의 문제로만 취급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를 국가의 책무로 인식하고 보다 적극적인 보호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세종 조선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정폭력방지정책포럼에서 "지역경찰관들의 제언을 요약해보면 가정폭력사건 처리절차를 명료화, 간소화, 신속화할 필요가 있었다"며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재범자에 대해서는 삼진아웃제도 도입 등 강력한 제재수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형사절차(형벌), 가정보호사건(보호처분), 피해자보호명령(민사)로 3원화 돼 있어 법 집행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며 "가정보호사건제도를 폐지하고 형사절차와 민사절차로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환 치안정책연구소 법제개혁팀장은 지난달 24일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주최로 열린 '젠더폭력과 경찰 대응' 학술세미나에서 "(가정폭력 등) 현장에서 범죄임이 명백할 때는 그렇지 않지만, 범죄에 이르지 않거나 애매한 경우 경찰은 무기력하고 무능한 모습을 보인다"며 "경찰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인권 침해 우려가 없는 범위 내에서 경찰과 관련한 법령을 개정해 현장에서 위험을 즉시 방지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 딸의 국민청원. (사진=연합뉴스)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 피해자 딸의 국민청원. (사진=연합뉴스)

여야 의원, 가정폭력 대책 촉구 한목소리

30일 열린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최근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정폭력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은 최근 서울 강서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남편에게 살해당한 A씨의 유족이 증인으로 나선 가운데 재발 방지 대책을 한목소리로 촉구하는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정춘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경찰은 2015년에도 피해자가 심각하게 폭행을 당했는데도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이듬해 흥신소를 통해 찾아와 협박하는데도 물리적인 폭력이 없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를 돌려보냈다"며 "국가 공권력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질타했다.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혜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예고된 범죄나 살인임을 알면서도 가정폭력은 '집안일'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관련 법 개정과 피해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확실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소하 의원(정의당)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여성 대상 강력범죄는 연령과 지역을 불문하고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강력한 여성폭력 근절 대책이 필요하며, 실질적으로 작용하는 제도를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번 사건과 관련,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며 "또다시 이런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샅샅이 정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의원들은 가해자가 피해자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아낼 수 있어 끔찍한 사건이 반복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가해자로부터 피해자 정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강서구 전처 살인사건을 쭉 들여다보면 피해자 정보 보호에 대한 제도적인 맹점이 너무 많이 드러난다"며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고 가해자가 피해자 정보를 알 수 없도록 하는 등 피해자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의원(자유한국당)은 "특히 가정폭력으로 피해를 본 학생의 경우 친자라는 이유로 학교 등이 피해자 정보를 쉽게 알려주는 등 관련 정책에 구멍이 뚫려있다"며 "경찰이 피해자 신고를 가족이라는 이유로 지나쳐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 만큼 피해자 정보 보호책을 마련해 이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진선미 장관은 "관련 법과 제도 정비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피해자 중심 보호 조치 부분을 조금 더 정밀하게 점검하고 확인한 뒤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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