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그만 문신을 허하라
이제는 그만 문신을 허하라
  • 한기봉 전문위원
  • 승인 2018.07.09 16: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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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스타 조현우의 문신. 아내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져 있다.(사진=애슬렛미디어 화면 캡쳐)
월드컵 스타 조현우의 문신. 아내의 이름과 얼굴이 새겨져 있다.(사진=애슬렛미디어 화면 캡쳐)

▶러시아 월드컵에서 최고의 스타가 된 골키퍼 조현우. 그와 365일 24시간을, 그것도 몸에 찰싹 붙어서 함께 지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동료 선수들이 아니다. 아내 이희영씨다. 그녀는 조현우의 오른 팔뚝에 늘 존재하고 있다. 조현우 선수는 귀국 후 가진 한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문신을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그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쓴 적이 있다. “아내를 너무너무 사랑해서 내 몸에 새기고 싶었다. 죽어도 관에 꼭 함께 싶어서 그 의미로 담았다. 무엇보다 항상 경기할 때마다 아내가 같이 있는 것 같아 힘이 된다.” 네티즌들은 그에게 ‘사랑꾼’이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2003년 월드컵 1주년 기념 한일전. 결승골을 넣은 안정환이 상의를 벗고 골 세리머니를 했다. 오른쪽 어깨에 십자가 문신, 왼쪽 어깨에 ‘hyewon love forever’라는 레터링(글자 새기기)이 TV 화면에 그대로 잡혔다. 혜원은 아내 이름이다. 이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 문신이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문신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꾼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월드컵의 스타들 네이마르, 베컴, 메시, 루니. 연예인 안젤리나 졸리, 이효리, 지드래곤, 효린, 박재범, 현아, 지코, 슬리피…. 셀 수 없이 많다. 졸리는 전신에 호랑이와 용, 불교 기도문을 새겼고, 이효리는 해달별 같은 자연이나 사랑의 의미를 아로새겼다. 효린은 배에 십자가를, 슬리피는 팔에 세월호 노란 리본을 새겼고, 현아와 지코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레터링을 했다. 

안젤리나 졸리는 해외 여배우 중 문신으로 가장 유명하다.(사진=안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안젤리나 졸리는 해외 여배우 중 문신으로 가장 유명하다.(사진=안젤리나 졸리 인스타그램)

빚더미에 올라앉았다가 재기에 성공한 가수 이상민은 문신으로 고통의 시기를 이겨냈다고 털어놓은 적이 있다. 정신적 상처를 육체적 고통으로 극복했다고 말했다. 그는 등을 따라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이라고 새겼다. (사나운 바람도 아침 한나절을 넘지 못하고, 폭우도 종일 내리지 못 한다.)

▶9·11 테러 구조현장에서 살아남은 일부 소방관들은 순직한 동료의 이름을 문신으로 새기고 다닌다. 자신의 일에 대한 의지, 동료에 대한 영원한 헌사의 증표다. 광고천재 이제석의 가슴에는 ‘장기/조직 기증을 희망합니다’라는 글과 함께 가슴 부위를 점선으로 표시한 문신이 있다. 가위도 새겨져 있다. 그는 장기기증 광고를 만들다가 자신도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다 입은 옷을 쓰레기통에 버릴 수도 있지만 기부함에 넣을 수도 있다. 몸이란 죽을 때 벗고 가는 옷과 같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버킷 리스트’. 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삶을 사는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곱 번째 목록은 ‘몸에 영구문신을 새기는 것’이었다. 여섯 번째는 ‘최고 미녀와 키스하기’였다.

▶부산 해운대 경찰서는 2017년 3월 공중목욕탕에서 문신을 드러내 혐오감을 주었다는 이유로 조직폭력배 16명에게 경범죄 처벌법을 적용해 범칙금 5만원을 처분했다. 현행 경범죄처벌법 3조(종류) 19항(불안감 조성)은 이렇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거나 다니는 도로·공원 등 공공장소에서 고의로 험악한 문신을 드러내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을 준 사람은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의 형에 처한다.”

▶2017년 7월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새긴 22세 남성에게 광주지법이 병역법 위반으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는 전신 문신 사유로 4등급 판정을 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가게 됐지만 병무청이 수사를 의뢰했다. 병무청 통계에 따르면 2012년 4월~2016년 5월까지 병역 기피 165건 중 고의 문신 사례가 38건으로 두 번째(23%)였다.

▶그 역사는 길다. 고대 이집트에서부터 문신은 소속이나 지위를 나타내거나 장식의 목적으로 쓰였다. 재앙이나 질병을 막는 주술적 종교적 목적도 있었다. 중국과 한국에서의 문신은 고대 왕조부터 특별한 형벌이자 죄인에게 새기는 낙인이었다. 묵형(墨刑, 글씨를 먹으로 새김), 자자형(刺字刑, 글씨를 새겨 흉터를 남김) 같은 것이다. ‘경을 칠 놈’이라는 어른들의 질책은 먹물로 이마에 죄명을 새기는 경형(黥刑)에서 나온 무서운 말이다. 현대판 전자발찌 같은 것이다. 지구상 어느 국가에서든 형벌과 낙인으로서의 문신은 이제 사라진 지 오래다. 

▶유교적 관점에서 내 몸은 내 것이 아니었다. 공자의 말씀을 담은 ‘효경’에 나오는 ‘신체발부수지부모’는 한국 사람이라면 다 안다. “사람의 신체와 터럭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것을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 집회에서 삭발하고 몸에 문신을 새기는 행위는 당시의 관점에서는 큰 불효였다.  

이런저런 문신의 사례를 나열했다. 문신을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런데 현상은 그렇지 않다. 문신은 파마를 하거나 네일아트를 하는 것만큼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인스타그램에 영어로 ‘tattoo’라고 치면 무려 9250만 개의 포스팅이 있다. 철자가 틀린 ‘tatoo’로 검색해도 504만 개가 뜬다. 어깨 가슴 등 배 허리 팔 다리 엉덩이 허벅지 손 발 손가락 발가락 귀밑 목덜미 발뒤꿈치 등 신체의 모든 부위에서 그림이나 글씨 도안 상징 등 다양한 형태로 새긴 문신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한글로 ‘타투’라고 쳐보니 게시물이 175만 개, ‘타투 도안’이라고 치니 35만 개, ‘문신’이라고 치니 67만 개 사진이 떴다. 

노출의 계절이다. 나는 오늘도 지하철 안에서 문신남녀를 여러 번 마주쳤다. 한 젊은 여성의 하얀 목덜미에서 살짝 피어난 붉은 한 송이 장미꽃이 참 아름답다. 한 청년의 반소매 팔뚝에서 어떤 영문 이니셜을 봤다. 나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  
 
안정환의 타투는 새로웠고 신기했다. 그 후로 15년, 조현우의 문신은 그냥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문신은 이제 조폭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문화의 영역이 된 지 오래다. 조폭에겐 섭섭할지 모르지만 문신 하나로는 더 이상 조폭다울 수는 없는 세상이 되었다. 국내에서 한 해에 백만 명 정도가 타투시술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타투를 한 사람의 수는 가늠할 수가 없다. 문신 시술을 해주는 타투이스트(tatooist, 문신사)는 2만 명 정도가 활동하는 것으로 문신 관련 업계는 보고 있다.

문신은 이제 자신을 드러내는 개성이자 패션으로 진화했고 예술적 표현의 경지로 승격했다. 당당한 내 몸에 대한 의식은 육체의 엄숙주의와 보수주의를 전복했다. 보디 페인팅은 일찌감치 몸을 캔버스로 삼았다. 몸은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문신은 단순한 표현과 패션의 의미를 뛰어넘어 개인의 정신적 영역과도 맞닿았다.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확장됐다. 정치사회적 주장을 담은 슬로건티셔츠를 입는 것과 같다. 연인이나 가족을 새기는 것은 영원불멸한 가치에 대한 믿음이고, 경전이나 격언은 자신을 지탱하는 정신적 지주다. 문신은 대체로 살짝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다. 매우 사적이다. 혼자만의 내밀한 기억이자 정표이자 맹세이자 가치관이자 삶의 나침반이다. 

각설하고, 문신의 문화사회적 의미만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목구멍에 턱하니 걸리는 게 있다. 현실적 문제다. 사실 문신의 운명은 슬프다. 문신은 불법인 것이다.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수백만 장의 문신 사진은 다 불법적으로, 음성적으로 시술받았다는 이야기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이런 모순이 있을까.

모든 문신시술이 불법행위라는 건 아니다. 의사가 하면 불법이 아니다. 문신은 신체에 침을 꽂는 행위(침습) 때문에 의료 행위로 규정된다. 의료법 27조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 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그러나 눈썹 영구문신 같은 성형 외과적 미용시술을 빼고는 의사에게 문신 시술을 받는 사람은 없다. 문신을 해주는 의사가 없고 할 줄 아는 의사도 없기 때문이다. 극소수뿐이라고 한다. 문신은 또 창조적, 회화적 영역이다. 타투이스트들은 전공이든 아니든 그림을 배운 사람들이 대다수다. 의사는 화가나 조각가가 아니다. 생업에 바쁜 의사들이 문신 기술이나 기법을 배울 시간도 없다. 그러면서도 문신사들의 문신시술 합법화에 가장 반대하는 집단은 의사협회다. 비위생적 시설, 감염, 부작용의 우려 등을 든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타투이스트가 문신시술을 하는 모습(사진=freepik)
타투이스트가 문신시술을 하는 모습(사진=freepik)

외국에선 타투 자체가 오래 전부터 대중문화나 미술의 영역이다. 타투이스트들은 아티스트로 불린다. 패션디자이너와 타투이스트와의 콜라보도 많다. 동남아와 유럽, 미국 등지에서는 매년 타투 박람회, 타투엑스포 등이 열리는 곳도 많다.  

국내의 타투이스트는 짧은 기간에 급격히 늘고 있다. 유명한 이들도 많아 외국에서 고객이 찾아오기도 하고 해외의 콘테스트에 심사위원으로 위촉되는 사람도 있다. 작고 아름다운 무늬의 코리안 감성타투는 해외 문신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관련 협회가 주도하는 교육과 자격증이 있지만 타투이스트들은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음지에서 시술을 할 수밖에 없다. 위생상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도 있고 보험도 안 된다. 경찰이 일부러 단속에 나서지는 않지만 재수가 나빠 신고가 되면 벌금을 내거나 구류를 살아야 한다. 

문신사들의 시술 합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숙제다. 타투숍과 시술행위에 철저한 위생 기준을 만들고 국자자격제도를 시행해서 합법화하고 양성화해야 한다는 법안이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그때마다 국회의 사정으로 폐기됐다. 현재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입법을 준비 중이다. 지난 정부에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를 풀고 새로운 직업을 창출한다는 목적으로 문신 행위를 합법화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 타투이스트는 고용노동부가 꼽은 신직업 17개 중 하나에 버젓이 들어가 있다. 문신시술은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난 해소에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국패션타투협회 등은 헌법재판소에 문신 합법화를 촉구하는 헌법소원 청구서를 다시 냈다. 1988년 이후 무려 다섯 번째다. 헌재는 1992년 이후 내내 현행 의료법이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려 문신시술사들의 문신시술은 불법이라는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2007년에도 “의사가 아닌 사람의 문신 시술 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보건범죄단속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한국은 지구상에서 일본과 함께 유일하게 (의사가 아니면) 문신시술이 불법인 국가다. 

한기봉 칼럼니스트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홍보기획관,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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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일 2018-07-16 19:54:31
이제 합법화 하는것이 타당하다고 봅니다.
가진자의 법 권력자의 법이 아닌 모든이에게
평등한법 그런법을 원합니다
박 주민의원을 믿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