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서, 그리고 생명체로서 돼지
고기로서, 그리고 생명체로서 돼지
  • 박기철 교수
  • 승인 2018.07.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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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익어가는 돼지고기(사진=박기철)
맛있게 익어가는 돼지고기(사진=박기철)

고기! 순우리말이지만 아마도 어원은 고(膏)라는 한자에서 온 것일지 모른다. ‘膏’는 살진 살을 뜻한다. 高 밑에 月은 달월(月)이 아니라 육(肉)이 변한 육달월이다. 여기에 접미어로 기가 붙어서 고기가 된 게 아닐까? 우리가 먹는 고기는 동물의 살인 膏다. 

인간은 맛있게 먹지만 엄밀히 따질 때 고기의 진실은 매우 불편하다. 정육점에서 팔리는 고기는 생명체로 보이기보다 상품으로 보인다. 끔찍하게 보이기보다 맛있게 보인다. 인류 역사 이래 고기를 먹고 살아온 결과다. 

하지만 고기란 동물의 시체(屍體) 조각이다. 만일 어느 외계인이 인간을 잡아 죽여 시체를 조각내어 냉장고 등에 넣어서 판매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생각만 해도 역겹다. 오늘 먹은 돼지의 생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돼지는 생각보다 영리한 동물이란다. 몸의 구조가 우리 인간과 비슷해서 장기이식 실험 시 돼지를 가지고 한다고 들었다. 이런 돼지를 먹었다.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과 목살을 보고 생명체로서의 돼지를 떠올리지는 않는다. 그냥 고기로서의 돼지로 보일 뿐이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독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 구이는 외국에 갔을 때 가장 먹고 싶은 한국음식 5~10위 안에 들어간다.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돼지고기를 먹을 때마다 돼지라는 생명체가 자기 몸을 주어 미천하며 부족한 나를 기르는 공양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한다. 

박기철 교수(경성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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