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획일주의
화장 획일주의
  • 왕석구 전문위원
  • 승인 2018.05.14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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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카프를 두르고 다니는 중국 여성들

90년대 초 중국에 메이크업 쇼를 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신기했던 것 두 가지가 있었다. 자전거를 타는 인구가 엄청 많았던 것과 여성들이 더운 날씨인데도 얇은 스카프를 다들 얼굴에 두르고 다니는 것이다.  

중국에 가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여자들이 스카프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것에 대한 건 들은 적이 없어 이유가 궁금했다.

이유인 즉 중국에는 흙먼지와 바람이 많아 이것들이 피부에 달라붙어 피부가 거칠어지고 피부노화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기야 이 뽀얗고 누르스름한 흙먼지들이 중국 대륙을 거치고 바다를 건너 한국의 서울 상공까지 날아와 서울을 뿌옇게 만들어 놓으니 흙먼지와 바람의 힘이 얼마나 센 건지 가히 상상이 갔다. 그래서인지 중국 사람들이 나이에 비해 주름살이 우리보다 더 많고 늙어 보였다.

중국 백화점에서 메이크업 쇼를 끝내고 소비자들의 화장을 봐 줄때였다. “선생님!”하고 나를 부르는 반가운 한국어 음성이 들렸다. 중국에 살고 계신 한국 교포였다. “여쭤 볼 것이 있어요, 이곳은 트윈케이크나 파우더 타입의 파운데이션을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야만 흙먼지가 피부에 달라붙질 않아 건강한 피부를 유지 할 수 있다고 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왜 저는 갈수록 주름이 더욱 생기는 것 같고 피부가 땅기는 걸까요? 저는 어떤 파운데이션을 사용해야 하나요?”하는 질문 이었다.

그분은 30대 주부였는데 40대처럼 주름살이 많고 피부는 거칠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이론적으로 설명해 드리기보다 한번 화장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 싶었다.

피부 상태를 살펴보니 심한 건성 피부였다. 건성피부에 건성 파운데이션을 계속 발라왔으니 피부 보호가 아니라 여태까지 피부를 망가트리고 있는 셈이었다. 충분한 기초화장을 해드린 후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발라 피부를 촉촉하게 만들고, 그 위에 분을 살짝만 발랐다. 파운데이션의 색상은 다소 핑크 빛이 도는 것을 사용해 미시족 느낌으로 연출해 드렸다.

거울을 본 후 너무 만족스러워 하면서 “아! 이렇게 달라 질 수도 있네요? 쓰신 제품이 어떤 것이에요?”하면서 화장품을 잔뜩 사가시더니 “서울에 한번 가면 꼭 찾아뵙겠습니다”하면서 명함까지 받아 가셨다. 

화장을 받으신 후 같이 오셨던 주위 친구들이 “야∼ 너무 예뻐지고 한 10년은 젊어 보인다!” 할 때 수줍음에 얼굴이 붉어지시던 그 교포 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백화점에 있던 미용 사원들은 화장품을 많이 구입한 것에 기뻐했으나 난 그분이 자신의 얼굴에 만족하여 가신 것이 더욱 기뻤다. 

이처럼 파운데이션의 선택은 자신의 피부 타입과 날씨와 장소에 따라 달리 해야 한다. 건성 피부 타입이 트윈케이크가유행이라고 케이크 타입의 파운데이션에 분까지 발라준다면 피부의 입장에선 참으로 곤란한 일이다. 반대로 지성인 사람이 오일리한 크림이나 유분기가 많은 제품을 발라준다면 더욱 화장이 번들거리고 망가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조회 때마다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며 자란 세대다. 초등학교 입학식 때 왼쪽 아닌 오른쪽 가슴에 손수건을 달았다고 야단을 맞은 이후,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납득하지 못한 채로 규율 속에 나를 맞추어갔다. 남들과 다른 것은 무조건 건방지고 불온한 일이었다. 

◆트렌드보다 '나'에 초점 맞춘 화장법

유행하는 메이크업이나 화장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획일적인 화장법은 자칫 자신의 피부를 망칠 수 있으며 건성 피부는 영원한 건성, 지성피부는 영원한 지성피부로 만들 수 있다.

한때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샴푸나 비누가 탈모나 피부 트러블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해 일반샴푸와 비누 판매량이 급감하고 천연 샴푸나 천연비누 등 천연 화장품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과연 천연 화장품이 좋을까?

결론은 베리 굳(Very Good), 정말 좋다. 하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다.  

계면활성제가 안 들어간 제품을 잘못 사용하면 황사와 미세먼지가 깨끗하게 씻기지 않아 두피나 피부 속까지 침투해 탈모나 접촉성 피부염, 아토피, 여드름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또한 방부제나 알코올 성분이 안 들어가거나 직접 제조한 천연 화장품은 빨리 부패하여 만든 후 바로 사용하지 않거나 보관을 잘못하면 금방 곰팡이나 무서운 균이 생겨 오히려 피부를 망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아무리 좋은 천연, 자연 화장품도 본인이 신경 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화장은 유행하고, 인기 있다고 획일적으로 사용하면 안 되며 자신에 맞는 화장품과 자신의 피부 타입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

물건을 고를 때에 “이거 좋아요”보다 “이거 지금 잘 나가는 물건이에요”에 더 현혹되게 된다. 자신의 피부 타입이나 자신에 맞는 화장품을 사용해야만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 잘못하면 좋은 화장품을 사용하고도 자신의 피부를 더욱더 망치게 되는 경우도 있다.

80년대 말 잠깐 미국에 머물렀을 때의 일이다. 샴푸를 사러 갔다가 너무 종류가 많아 질려버렸다(80년대 한국은 일반샴푸 밖에 없었음). 머리카락이 짧은가 긴가, 숱이 많은가 적은가, 곱슬머리인가 반 곱슬머리인가, 지성인가 건성인가, 손상된 머리인가 파마머리인가 등등 수많은 항목을 분류하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제품을 선택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 때 필자에게 던지는 미국인 친구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난 제일 싼 것을 택하니까 이런 다양성이 필요 없어.” 많은 다양함이 있고 거기에다 그것을 선택하지 않을 다양함 까지 갖춰졌다니… 나는 속으로 “졌다”라고 중얼거리고 말았다. 

사람의 삶에 한 가지 답안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피부 또한 한 가지 색상이나 유행하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사용했을 때 피부가 건강해지고 자신의 얼굴도 예뻐질 수 있다. 실제로 메이크업을 가르치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이런 색을 사용하면 어떻게 보여 질까(혼자 너무 튀어 보이는 것에 대한 생각 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원하는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본적으로 돌아가 보자. 메이크업(Make-Up)은 여러 가지 제품을 사용하여 얼굴을 곱게 꾸미는 일이다. 파운데이션의 본래의 목적은 피부를 보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일에 있다(자외선을 차단해주고 강한 햇볕이나 먼지 등 이물질로부터 피부보호, 피부의 색깔을 아름답게 미화 시켜 줌). 

그럼으로 유행하는 메이크업을 따라하는 등 획일적인 화장을 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자신의 피부타입을 점검한 후 화장을 하면 더욱 싱그럽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연출 되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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