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후조교수 의 101가지 교육제안 ⑧
홍후조교수 의 101가지 교육제안 ⑧
  • 홍후조 논설위원
  • 승인 2018.04.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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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는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 변별력, 균형성 등의 속성 필요
▲건국대학교에서 유웨이중앙교육이 주최한 2018학년도 정시 실채점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건국대학교에서 유웨이중앙교육이 주최한 2018학년도 정시 실채점 설명회를 찾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관계자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학입시의 기본질서부터 놓자

참으로 답답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입시제도의 해결 능력도 의지도 없는 연구팀에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일을 맡겨두었다가 나오는 것이 없어 교육부가 낭패를 자초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아도 싸다. 결국 대중들의 의견을 공론으로 여겨서 해결한다고 미뤄두었다.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대학입시, 그 해법이 쉽지 않을 때에는 기본부터 다지는 것이 우선이다. 대학입시는 고교 내신, 전국단위의 비교경쟁시험, 대학별 고사로 진행된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결국 대학교육을 받을만한 적격자를 찾는 것이다. 대학교육 수학자는 전공 분야마다 다르고, 대학마다 다르다. 전공마다 다른 것은 전국적으로 동일하여도 되고, 대학마다 다른 것은 대학과 수험생의 소관사항이 된다.


우리나라 대입시는 크고 작게 수십 차례 바뀌었다. 자율화, 특성화를 이유로 3천여 개가 넘는 전형으로 수험생, 학부모, 교사들이 도탄에 빠져있다. 사교육기관에 기댈 수밖에 없다. 결국 내신, 전국단위 수능, 대학별 고사를 단독 혹은 조합하는 것이고, 불합격자를 위해서 수시, 정시로 모집 시기를 달리할 뿐이다.


기본으로 돌아가자. 대학입시는 타당성, 공정성, 객관성, 변별력, 균형성 등등의 속성을 갖추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입시는 어지간히 다 갖추었다. 다만 가장 중요한 ‘타당성’이 없다. 다 갖추고도 타당성이 없으면 그 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대입시가 조변석개하는 것이다.

타당성은 어떤 제도가 경우에 맞아서 그럴만한 가치를 가짐을 일컫는 말이다. 가령 대학에 진학해서 수학을 배우지도 쓰지도 않는데 수학이 모든 전공 분야 입시에서 당락을 가를 경우 그 시험은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스포츠선수를 선발할 때 체력, 순발력 등 공통적인 측면도 있겠으나 권투선수는 주먹 센 사람을, 단거리선수는 순발력 있는 사람 중에서 우선 선발하는 것이 타당성을 갖추는 것이다. 이를 뒤바꾸어서 선발하면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국영수 성적이 우수하거나, 학생부 종합점수가 높은 사람을 무조건 선발하는 경우는 과잉 일반화의 오류로 타당성이 취약한 입시가 된다.


대안은 무엇인가? 입시의 기본질서인 치를만한 입시, 타당한 입시를 만드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직후에 만들어진 바깔로레아가 2백년이 넘도록 지속하는 것은 바로 타당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학별 본고사도 1백년 이상 지속하는데 진로별 계열별로 입학시험과목이 다르다. 이렇게 오래 가는 것은 대학진학 후 계열별・전공별로 바탕학습이 되는 부분을 확인하는 타당한 시험이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것저것 다 늘어놓고 모두에게 필수로 과하거나, 선택권을 명분으로 제 멋대로 선택하도록 하는 입시를 만들어서 타당성이 없다. 사용하지도 않은 아랍어를 점수 따기 쉽다고 치르고 당락을 가르는 잣대로 쓰는 것은 타당성 없는 시험이다.


이제라도 타당성 있는 입시, 진로별 입시를 만들어 보자. 가령 인문사회계는 무엇보다 국어, 외국어, 사회가 기본이고 그 아래 인문, 사회, 경상, 국제에 따라 한 두 과목만 다를 뿐이다. 즉 국제계는 제2외국어나 세계 관련 과목이, 경상계는 문과지만 수학이 더 필요하다.

이공계는 수학, 과학, 기술이 우선이다. 거기에다 공학, 이학, 보건의료, IT 등에 따라 물리나 수학, 생명과학이나 화학 등을 더 강조하면 된다. 체육계는 종목, 예술계는 장르에 따라 그 실기시험을 치르면 알맞을 것이다. 입시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일을 대학, 고교, 수험생, 교육부, 연구진 누구도 저질러서는 안 된다. 입시의 기본질서는 안 잡고 온갖 시도만 하여 혼란이 가중된 셈이다.


입시에 기본질서를 놓는다는 것은 진로별・계열별・전공별로 공통된 교과목의 종류(명칭)를 국가적으로 공통되게 최소필수적으로 정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학별, 학생별로 수준에 맞는 시험을 선택해서 치르면 된다. 계열별로 ‘종류’는 같되, 대학별로 ‘수준’은 달라야 할 것이다. 가령 KAIST와 전문대 공학부에 진학하려는 학생은 물리, 수학 등 공학부 공부에 필요한 시험과목의 종류는 같되 그 수준은 달라야 타당한 시험이 된다. 무조건 높은 수준 시험을 치르겠다는 인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상중하 시험 중에서 가장 높게 받는 시험성적을 대학이 가장 높게 쳐주면 되는 것이다. 상에서 40점, 중에서 80점 받았다면 상에서 받은 성적은 무효가 되는 것이다. 그 학생은 상 시험을 치를만한 능력이 없는 것이다.


입시의 기본질서는 결국 진로별 입시를 만들어야 잡힌다. 진로별로 치를만한 시험, 대학에 진학해서도 계속적・성공적으로 공부하는데 바탕이 되는 공부를 제대로 공부하였나를 확인하면 되는 시험이다. 그것은 진로별・계열별・전공별로는 ‘종류’는 같고, 대학별・학생별로는 ‘수준’이 다른 시험을 만드는 일이다. 진리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고 간단하다. 진로별로 타당한 입시를 만들어보자. 혼란은 종식된다.

필자 :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한국교육과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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