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시인 작품 '괴물' 갈수록 확산
최영미 시인 작품 '괴물' 갈수록 확산
  • 김상은 기자
  • 승인 2018.02.08 15: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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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즈뷰티 김상은 기자] 최영미(57) 시인이 시 '괴물'을 통해 고발한 문단 내 성폭력 문제의 가해자로 유명 원로 시인이 거론되면서 일파만파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 시인은 계간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발표한 시 '괴물'에서 한 문단 원로를 'En'으로 지칭하며 이 시인이 후배 작가와 편집자 등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괴물'에는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 K의 충고를 깜박 잊고 En선생 옆에 앉았다가/Me too/동생에게 빌린 실크 정장 상의가 구겨졌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옆에 앉은 유부녀 편집자를 주무르는 En을 보고,/ 내가 소리쳤다/ '이 교활한 늙은이야!'/ 감히 삼십년 선배를 들이박고 나는 도망쳤다',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며 성추행 가해자가 노벨상 후보에 오를 만큼 문단내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까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영미 시인은 자신의 SNS에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문단에는 이보다 더 심한 성추행 성희롱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지금 할 수 없다. 이미 나는 문단의 왕따인데, 내가 그 사건들을 터뜨리면 완전히 매장당할 것이기 때문에? 아니, 이미 거의 죽은 목숨인데 매장 당하는 게 두렵지는 않다. 다만 귀찮다. 저들과 싸우는 게. 힘없는 시인인 내가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이 믿을까? 확신이 서지 않아서다. 내 뒤에 아무런 조직도 지원군도 없는데 어떻게? 쓸데없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래서 더 무시무시한 조직이 문단"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최 시인이 작품에서 문단 원로를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한 탓에 SNS 등에서는 특정 원로 시인이 해당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누리꾼들이 시 '괴물'에서 묘사된 'En'으로 지목하고 있는 사람은 원로 시인 고은(85)이다.

문학계와 출판계는 이미 해당 시인의 상습 성추행 전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시인의 영향력을 염려해 쉬쉬했을 뿐이다. 출판계 관계자는 “오래 전부터 그 분의 손버릇은 악명이 높았다”며 “젊은 여성 시인들이나 작가를 꿈꾸는 지망생들은 그 분과의 술자리를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어서 피해자가 몇명인지 가늠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한겨레는 6일 당사자로 지목된 원로 시인과 통화한 뒤 해당 원로 시인이 "아마도 30여 년 전 어느 출판사 송년회였던 것 같은데, 여러 문인들이 같이 있는 공개된 자리였고, 술 먹고 격려도 하느라 손목도 잡고 했던 것 같다"며 "그럴 의도는 없었지만, 오늘날에 비추어 희롱으로 규정된다면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뉘우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가 통화한 원로 시인은 바로 고은 시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영미 시인은 6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서는 "처음 시를 쓸 때 누구를 주제로 써야겠다 생각하지만, 전개해 나가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이 막 들어온다"며 "처음에 자신의 경험이나 사실에 기반을 두어서 쓰려고 하더라도 약간 과장되기도 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문학작품인 시는 현실과는 별개의 것이다. 현실하고 똑같이 매치시키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최 시인은 '괴물'로 지목된 원로 시인이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한 해명과 관련해 "저는 우선 그 당사자로 지목된 문인이 제가 시를 쓸 때 처음 떠올린 문인이 맞는다면 굉장히 구차한 변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상습범입니다. 한두 번이 아니라 정말 여러 차례, 제가 문단 초기에 데뷔할 때 여러 차례 너무나 많은 성추행과 성희롱을 저희가 목격했고 혹은 제가 피해를 봤고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단계 성추행 문제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성범죄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리는 '미투(Me too)' 사건들이 "절대 용두사미로 끝나선 안 된다"며 "고은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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