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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춥다고 당신은 죽지 않는다. 덜 아름다워도 충분하다.

 

당신에게 받쳐진 북극여우의 일생 

날이 쌀쌀해지고 있다. 이제 곧 겨울이다. 모피의 계절이다. 그리고 당신을 맞이하기 위해 수억만 마리의 동물들이 기꺼이 산채로 뜯겨지고 있는 계절이다. 이토록 인간을 귀하게 여겨주고 그 고귀한 생명을 받친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이 글을 쓴다.   

모피는 동물의 털이 붙은 채로 무두질을 해서 만든 가죽을 말한다. 인류의 가장 원초적이면서 본질적인 의복의 재료다. 천을 가공하는 기술이 없던 시절에는 옷을 만들기 위해서는 잎사귀나 줄기를 엮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수렵과 사육을 통해 먹고 남은 동물의 가죽으로 의복을 만드는 것은 제한적이었다. 사육법이 발달하지 않던 시절에는 의복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이는 것은 동물이 살아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각종 부산물을 포기하는 것을 의미했다. 양의 털은 양을 죽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얻어낼 수 있지만 가죽은 불가능하다. 가죽은 동물을 도축했을 때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사용하던 고급재료로 자리를 잡았다.

때문에 가죽이나 모피는 사용자의 신분이나 재력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그 명맥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북극여우가 모피를 위해 도살될 때까지 평균 7년이 걸린다. 그 기간 동안 북극여우는 1미터도 안되는 철창에 갇혀 평생을 지낸다. 스트레스를 받은 북극여우는 철창안을 빙글빙글 도는 정형행동을 보이거나 팔다리나 꼬리를 뜯어먹는 자해를 하기도 한다. 성장을 촉진시키기 위해 지방함량이 높은 사료를 먹여 억지로 살을 지운다. 평균 3.5kg의 북극여우가 무려 19kg로 불어난다. 그때가 되면 북극여우는 좁은 철창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아니 애초에 비대해진 몸 때문에 움직이는 것 조차 힘겨운 것이 먼저다.

여우코트 한벌을 위해 20마리의 북극여우가 필요하다. 밍크코트 한벌에는 45마리의 밍크가 필요하고 친칠라는 무려 100마리를 도축해야 한벌을 얻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올해 밍크 코트 한 벌을 사기로 계획했다면 백화점 매장 한 칸에 적어도 수천마리의 생명의 고통이 머무르고 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모피를 입지 말라거나 아름다워지는 것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2차적인 문제다.

적어도 당신이 감탄하며 쓸어내리는 그 모피가 어떤 동물을 산채로 뜯어내 만든 것인지 몇마리의 죽음으로 만들어진 감동인지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생명 감수성이라고 부른다.

 

 

생명 감수성  

어린 시절 시골 마을에는 어김없이 세발로 동네를 배회하는 개가 많았다. 동네 어른들은 개를 잡는 날에는 개를 데리고 냇가로 향했다. 개는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주인을 흔퀘히 따른다. 대부분은 개에게 있어 처음 나들이었음이 분명하고 기쁨에 넘치는 개는 곳곳에 오줌을 갈기거나 코를 땅에 박고 킁킁거리며 나들이를 즐긴다.

어른 한명이 미리 도착해 냇가 옆에 볏짚을 쌓고 시간이 남으면 망치나 낫을 벼르고 기다린다. 개가 도착하면 한 사람은 개를 붙잡고 한 사람이 개 다리의 관절을 꺽는다. 다리가 다 꺽인 개는 바둥거리며 비명을 질러대고 어른들은 개를 볏짚에 던져놓고 불을 붙인다. 개라는 생명에서 고기라는 필요가 되면 배를 가르고 내장은 꺼내고 냇가에서 고기를 씻긴다. 

운이 좋은 개들은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 보통은 한쪽 다리를 잃은 상태였다. 

돼지를 잡을 때는 동네 사람들이 모두 모이곤 했다. 밭에 돼지 한 마리를 풀어놓고 어른들이 밭을 빙 둘러 서있는다. 돼지는 사람들 사이에 갇혀 어쩔 줄 몰라한다. 한 어른은 큼지막한 식칼을 허리춤에 숨기고 어른 하나는 돼지의 시선을 끈다. 그러면 해머를 든 어른이 돼지 뒤편으로 다가가 돼지 머리를 가격한다. 돼지가 기절하면 목을 따고 피를 뺀다. 산 채로 잡은 고기가 맛있다고 어른들은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올 때마다 잡았던 닭은 목을 꺽고, 피를 뽑고, 끓고 있는 물에 던져 넣는다. 그래야 털을 뽑기 쉽기 때문이다. 이렇듯 육류나 어류가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한 생명이 끔찍한 고통을 거쳐야 한다.

생명 감수성이란 내가 지금 먹고 있는 고기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앞에 놓이게 되었는지 아는 것을 말한다. 집에서 기르던 사랑스러운 개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아는 것이고 어제는 귀엽다고 쓰다듬던 개를 오늘은 내가 맛있게 먹는 역설을 마주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 생명체의 죽음에 따르는 고통과 슬픔 그리고 그것이 내게 있어서는 포만감과 행복이라는 다양한 감정을 알고 느끼는 것을 말한다.

 

 

선택할 수 있는 인간의 조건 

2015년 한 해만으로 밍크 8400만 마리가 산채로 벗겨졌다. 매년 1천 만 마리의 여우가 사육되거나 덫에 잡히고 400만 마리의 캥거루가 사냥되며, 30만 마리의 너구리와 15만 마리의 검은담비가 덫에 걸리는 운명을 맞는다.

캐나다에선 여전히 매년 30만 마리의 바다표범 사냥을 허용하고 있다. 사냥꾼들은 주로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는 새끼 바다표범을 노린다. 모피의 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로 껍질을 벗겨낸다. 그렇게 매년 30만 마리의 바다표범 새끼들이 하얀 눈밭 위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와 함께 모피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 중 하나다. 국제모피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홍콩이 전 세계 무역량의 25%인 20억 달러어치의 모피를 수입해 1위에 올랐고, 이어 중국이 15억 달러, 한국은 2억7900만 달러로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캐나다구스가 인기몰이를 할 때는 야생 코요테들이 수난을 당하고 모자 끝에 라쿤털이 달린 패딩점퍼가 유행하면 중국의 모피 농장에서 라쿤들이 산채로 벗겨진다. 인간의 잔혹성 그리고 고귀한 인간을 위해 희생당하는 동물들의 고통은 다른 문제다. 

당신이 좀더 따뜻해지기 위해 혹은 좀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혹은 좀 더 잘난 척하기 위해 모피를 사기로 결정했다면 적어도 그 과정중에 어떤 것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며 어떤 것이 울부짖었는지는 알아야 한다.

거꾸로 메달린 라쿤이 자신의 뜯겨진 몸을 바라보는 장면을 보며 고통을 느끼든, 그래서 모피를 입지 않겠다고 결심을 하든 그것은 당신과 우리들의 자유고 그것이 당신의 선택이라면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 것도 모르고, 모르기 때문에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인간으로서 실격이다.

무지함에서 오는 무관심이야 말로 이 모든 비극의 근본적인 이유이고 그렇기 때문에 이 연대적이고 무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당신이 아무 생각 없이 천연가죽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진짜 모피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의류 구매를 하지 않는다면 그건 선택이 아니다. 

당신은 모르고 있고, 모르고 있는 상태에서의 결정은 선택이 될 수 없다.

 

 

모피를 입지 않는다고 당신의 생존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모피를 입는 다고 당신의 삶의 질이 비약적으로 높아지지도 않는다. 
밍크코트를 입어서 당신이 아름다워진다면 그건 밍크코트가 아름다운 거지 당신이 아름다운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 예쁜 밍크코트는 밍크 일 때가 가장 아름답다. 

 

조금 춥다고 당신은 죽지 않는다. 
덜 아름다워도 충분하다. 

 

하지만 당신이 생각을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모른 채로 선택하는 인간이라면 문제다.
아주 큰 문제다.  

 

 

 

*사용된 이미지는 모두 핀란드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정의'에서 공개한 이미지입니다. 이미지의 저작권은 모두 Oikeutta eläimille에 있습니다. 

Patrick Jane  press@lovesbeau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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