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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before & after 의 문법

매일 아침 지하철을 탈 때마다 마주치는 광고가 있다. 통로 벽면에 붙어있는 한 성형외과의 비포 앤 애프터(before & after). 광고 속 after 의 문법은 단순하다. ‘너는 보완이 필요한 존재다’ 거나 ‘보완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라’ 거나. 어느덧 작은 얼굴, 눈트임, 갸름한 턱선, 쌍꺼풀, 도톰하게 탄력 있는 입술의 사진 속 after 여성들이 현실에 튀어나와 거리를, 세상을 활보하고 그런 after 의 문법이 침투한 세상으로 오늘도 우리는 걸음을 옮기고 있다. 

 

 

          after 는 비단 성형외과에만 있는 건 아니다. 동네 흔한 사진관에도 어김없이 컴퓨터 보정작업으로 수많은 before & after 가 탄생하고 이제는 심지어 스마트폰으로도 금세 자기 자신만의 after 를 만들 수 있다. 앱을 통해 피부색을 밝게 하고, 잡티와 주름을 없애고, 코를 세우고, 눈을 크게 하고, 턱을 깎고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자신의 after 를 올린다.

미국이나 영국, 호주, 캐나다 등은 이미 사진 부착을 차별로 규정하고 심지어 사진을 요구한 기업도 고소하는 마당인데 작년 11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개정안’ 은 회기만료 되었고 오늘도 우리는 입사지원서에 사진 한 장 붙이기 위해 촬영비와 메이크업, 정장 대여 등에 10만 원이 훨씬 넘는 비용을 써가며 일회용 after 에 자신의 바람을 맡긴다.   

면접에서 어차피 대면을 하게 될 텐데 왜 서류전형에서도 사진을 요구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단 한 장, 엄밀히 말해 있지도 않은 after 가 합격여부에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하다 외모도 스펙이라는 말에 무너져 오가는 지하철 성형 광고 after 에 가만히 자신을 밀어 넣어 보기도 한다.

 

 

          사실 우린 숨은 before 를 찾기보다는 after 찾기에 더 능숙하다. 거리에서 눈에 띄는 여성을 볼 때마다 자동적으로 ‘저 얼굴은 원래 자기 얼굴일까?’ 하고 의심을 한다. 들어줄 누군가가 있으면 “쟤 코 세웠네” 라며 자신이 얼마나 after 찾기를 잘하는지 곧잘 말하다 연예인 성형논란이라도 일면 ‘그러면 그렇지’ 혀를 차며 당사자의 before 가 그제야 궁금해진다. 물론 before 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궁금해 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과연 before 가 얼마나 흉할지 혹은 우스울지 자동적으로 마음의 준비를 한다. 그렇게 before 는 숨겨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숨은 before 를 찾는다는 것은 숨어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것을 찾는 것이다. 누군가 꽁꽁 숨겼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렇게 했다. 1974년 영화 '태양 닮은 소녀'로 데뷔, 70년대를 풍미한 영화배우였지만 남편 故 이만희 감독과의 사별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오랜만에 국내로 돌아온 문숙은 우아하고 멋있게 나이가 드는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 “멋을 안내면 돼요.” 라며 숨겨진 before 를 꺼내들었다. 우리는 그 말에 ‘그렇지 그런 것이 있었지’ 하며 저마다 마음 속에 숨겨놓은 before 를 꺼내 ‘나도 가지고 있어요’ 함께 흔들다가도 슬그머니 흔들던 손을 허리 뒤춤에 숨긴다.

195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안나 마냐니(Anna Magnani 1908~1973)라는 이탈리아 배우가 있었다. 미모가 뛰어나지도 또 키가 크거나 딱히 몸매가 아름다운 것도 아니어서 주연보다는 조연에 머물렀고 37세가 되어서야 ‘무방비 도시’라는 영화를 통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나이 47세에 비로소 ‘장미의 문신’ 이란 영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가 늙어서 사진을 찍게 되었을 때 그는 사진작가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절대 내 주름살을 수정하지 마세요. 그걸 얻는데 평생이 걸렸거든요.”

'있는 그대로' 라는 before 에 대한 그의 문법이었다. 

 

 

          2015년 서울에서 한 사진전이 열렸다. 사진전 제목은 ‘뷰티 비욘드 뷰티(BEAUTY beyond BEAUTY)’. 아름다움을 초월한 아름다움 혹은 아름답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주인공은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이었다.         

곱게 빗어 뒤로 단정하게 넘긴 반백의 머리칼, 움푹 들어간 눈, 미간에 패인 주름, 탄력 잃은 피부와 깡마른 몸매 그리고 그보다 더 앙상한 아이를 안고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는 깊은 눈빛. 그것이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보여줬던 그의 after 였다.

우리는 그의 아름다운 before 에 감동하면서도 유명인사의 자선구호 활동이 거의 없던 시절 은막을 떠나 아프리카를 누비며 유니세프의 구호활동에 전념한 민낯의 헌신적인 그의 after 에서 또한 아름다움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 진짜 after 가 있음도 실감한다.

 

 

          아름다움에는 어쩌면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관점이 있고 그것이 하나둘 밖으로 꺼내질 때마다 저마다의 문법이 만들어진다. 그에게는 아름다움에 대한 문법이 있었고 진짜 after 를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다가와 부딪히며 자신만의 문법을 만들라고 종용을 시작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를 둘러싸고 두 문법이 충돌하는 일도 있었다. 

CNN은 2015년 ‘오드리 헵번, 폴 뉴먼처럼 우아하게 늙는 법’이란 제목으로 10가지 비결을 소개한 적이 있다. 꾸준히 자외선 차단제와 보습제를 써라, 꾸준히 운동하라, 화장으로 나이를 감추지 마라, 손을 가꾸는 게 얼굴 못지않게 중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우아함을 추구하라, 노화가 무서워 짙게 화장하지 마라, 나이를 먹어도 유행을 포기하지 마라, 흰머리에 당당히 맞서라, 노화 억제를 위한 전문가 처방을 받아라,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같은 구구절절한 조언이었다. 

정말 오드리 헵번이 꾸준히 자외선 차단제와 보습제를 써가며 얼굴 못지않게 손을 가꾸었기 때문에 그런 after 를 가지게 되었을까? 그래서 우리가 그의 모습에 아름다움을 느끼며 진짜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끔 하는 것일까? 그는 이미 자신이 숨을 거두기 1년 전 크리스마스 이브 자신의 아들에게 ‘오드리 헵번처럼 우아하게 늙는 법’ 에 대한 진짜 자신의 문법을 들려준 터였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오랜 세월 검증된 아름다움의 비결 (Time Tested Beauty Tips)
샘 레빈슨(Sam levenson 1911~1980)

 

오늘도 어김없이 지하철 역내 광고 판넬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before & after 의 문법을 발견한다. 마치 너는 예쁘지 않다며 광고 속 before 에 자신 스스로 끼워놓기를 강요한다. 우리가 예쁘지 못한 건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단지 세상이 우리에게 폭력적으로 강요하는 before & after 에 대항하는 자기 자신만의 문법이 없을 뿐이다.

Beauty Explorer. Patrick Jane  

 

Patrick Jane  love@lovesbeaut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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