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칼럼
[한기봉 칼럼] 결혼은 미친 짓이다?
러브즈뷰티 | 승인 2016.12.01 15:41

한기봉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hkb821072@naver.com

사랑과 결혼. 이것이야말로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문학과 예술의 영원한 테마이자 숙제다. 사랑의 감정은 과연 영원한 것인가. 문제는 사랑 또는 사랑의 가치는 설사 변하지 않는다 해도 결혼의 가치는 시대와 문명에 따라 달라진다는 데 있다. 
  
여기 ‘불온한’ 제목의 탁월한 두 소설이 있다. 이만교의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둘 다 큰 문학상을 받았다. 오늘의 작가상(2000년), 세계문학상(2006년) 수상작이다. 유하, 정윤수 감독이 차례로 영화로 만들어 제법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 대사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당돌하다. 빛바랜 두 영화의 포스터를 꺼내본다. 포스터는 도발적으로 이렇게 묻고 있다. 

▲ ‘결혼은 미친 짓이다’, ‘아내가 결혼했다’ 영화 포스터(사진 영화 배급사)

‘애인, 아내 어떤 걸로 할까?’ (결혼은...)
‘자신 있어? 한 사람만 사랑할 자신.’(아내가...)
16년 전, 10년 전에 세상에 대고 이렇게 물었으니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결혼 상대를 쇼핑리스트를 놓고 고르듯 하는 여자, 남편에게 두 집 살림을 버젓이 선언하고 진짜로 그렇게 하는 아내.

(결혼은 미친 짓이다)
조명디자이너 연희(엄정화)는 대학 시간강사인 준영(감우성)을 사랑하지만 결혼은 주저한다. 그러다 결국 조건 좋은 의사와 결혼하고는 아무렇지 않게 그와의 관계를 유지한다. 
“결혼한 친구들 보면 다 비슷하더라. 걱정도 고만고만, 행복도 고만고만. 무슨 체인점 차린 것 같아.” 
“갈수록 아무런 죄책감도 느껴지지가 않아. 남들보다 약간 바쁘게 사는 거 같은 느낌뿐이야.”
“난 자신 있어. 절대로 들키지 않을 자신.”

(아내가 결혼했다)
자유연애주의자인 인아(손예진)는 덕훈(김주혁)과 결혼 후 다른 남자하고도 결혼해 살림을 차릴 테니 허락하라고 한다.
“내가 별을 따 달래, 달을 따 달래. 그냥 남편 하나 더 갖겠다는 것뿐인데.” 
“난 자길 사랑하지만 자기 건 아니야.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고 싶다는 거야.”
“내가 또 결혼하는 건 내 사랑을 둘로 나누는 게 아니라 그 사랑이 두 배가 되는 거야.”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되묻는다. “어떻게 사랑을 나누니?” 

바로 오버랩이 되는 명대사가 있다. 최고의 멜로영화 중 하나로 꼽히는 ‘봄날은 간다’(허진호 감독, 2001년)에서 남자(유지태)는 결혼이 부담스러워 떠나가는 여자(이영애)에게 이렇게 외쳤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세 작품에서 남자는 다 순정적이거나 사랑을 믿는 존재로, 여자는 철저히 계산하고 현실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11월 1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사회조사 결과’는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보여줬다.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51.9%였다. 2년마다 하는 조사인데 추이를 보면 다음번 조사에선 절반 이하가 될 걸로 보인다. 6년 전인 2010년에는 64.7%였다.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48%였다. 절반가량이 결혼은 안 해도 그만이고, 혼인신고 없는 동거도 괜찮다고 답한 것이다.  

언론은 이런 현상이 경제난 취업난이 불러온 삼포시대(연애·결혼·출산 포기)의 한 단면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얼마 전 한 시장조사 기업의 조사를 보면 꼭 그런 현실적 이유만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취업에 성공한 고학력층에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난 것이다. 라이프 스타일이 바뀐 것이다. 결혼은 그냥 옵션인 것이다.

미혼과 기혼이란 이분법적 구분도 낡아가고 있다. 얼마 전부터 ‘비혼(非婚)’이란 단어가 흔히 쓰이고 있다. 미혼은 결혼을 해야 하는데 아직 못 했다는 의미가 강하고, 비혼은 결혼을 못 한 게 아니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비주류였던 비혼족이 점점 주류의 위치로 가고 있다.  선택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일 뿐이다.

비혼과 독신은 다른 걸로 해석한다. 비혼은 혼인신고는 안 하지만 동거, 계약, 싱글맘, 싱글대디, 공동체 생활 등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프랑스 석학 자크 아탈리는 이미 2000년 직전에 펴낸 ‘21세기 사전’에서 2030년이면 일부일처 결혼제도가 사라지고 90%가 동거로 바뀔 것이라고 결혼제도의 종말을 예언한 적이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위의 두 작품은 10년도 훨씬 전에 우리 사회에 매우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인가, 평생 한 사람하고만 사는 게 옳은가(또는 좋은가?). 스토리는 남녀의 사랑과 일부일처 결혼 제도에 대한 냉소적 시선을 끝까지 놓지 않는다.

사랑을 해도 가정을 온전히 꾸릴 자신이 없어 미적거리다 여자를 보내는 남자, 스펙 좋은 남자와 살아도 전 남자를 주기적으로 찾아가는 여자, 다중연애주의자인 여자를 자기만의 여자로 붙잡기 위해 결혼을 선택한 남자, 폴리아모리(polyamory, 비독점적 다자연애)를 믿는 여자.

우리 사회는 전통적 결혼과 이혼제도를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붙잡고 있다. 서유럽 국가에선 동거나 사실혼, 동성과의 살림도 이미 가족 형태로 인정받아 결혼과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결혼하지 않고 세 번째 여인과 동거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출산율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결국 문명이 발전할수록 인류는 일대일 결혼이라는 법적 제도적 구속에서 풀려나 보다 자유롭고 독립적인 관계,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쉬운 이별을 희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가정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육아와 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은 커질 것이다.

이제 “결혼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점차 우문이 되어가고 있음에 틀림없는 것 같다. 지금 사람들에게 묻는다면 “당신은 왜 결혼을 하고 싶은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서로에게 영원히 독점적일 수 있는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하나 더 붙여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혼에 대한 속담은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는 소크라테스의 말은 최고의 현답이었다. 매우 현실적인 속담을 찾았다. ‘결혼의 성공은 적당한 짝을 찾는 게 아니라 적당한 짝이 되는 데 있다.’ ‘결혼은 변할 수밖에 없는 사랑에 대한 애프터서비스다.’ 이마저 자신이 없다면 비혼을 선언할 일이다.

필자 약력 : 전 한국일보 편집국 부국장, 전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전 한국온라인신문협회장, 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

러브즈뷰티  love@lovesbeauty.co.kr

<저작권자 © 러브즈뷰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러브즈뷰티의 다른기사 보기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제휴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청소년보호정책
주소 : 서울시 영등포구 당산동 6가 348-3 수빌딩 202호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1900
등록일자 : 2011. 12. 22  |  회장 : 남궁 헌  |  대표 : 심재서  |  발행인/편집인 : 이화연
전화 : 02)701-9300  |  팩스 : 02)701-930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심재율
Copyright © 2017 러브즈뷰티.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